오하이오주 여행 정보

240408 개기일식 기념여행 일기 2편 - Findlay, OH

구름한조각 2024. 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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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가로지르는 대 개기일식을 맞아 떠난 오하이오 여행 둘 째날. 이 날은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몰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숙소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상황을 보기로 하였다. 아침을 먹고 짐 싸자마자 출발!

 

 저번 2017년 때에는 오하이오 밑의 켄터키 주에서 개기일식을 봤더랬다. 마침 외계인 목격담으로 유명한 Kelly, KY 지역에서 외계인 축제 겸 개기 일식 축제가 있어서 갔었다. 그때 전날 숙소 잡는 것까지는 잘했는데 개기일식 당일 일식이 끝나고 나면 모두가 다 같이 떠날 거라는 것을 예상 못해서 집에서 두 시간 거리를 열 시간 걸려 돌아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음 날도 일을 빼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왔다. 

 

핀들레이 오하이오의 법원건물
멋졌던 핀들레이 지방법원 건물

 

 다행히 이 날은 생각보다 차가 안 먹혔다. 그래서 숙소에서 1시간 거리에 개기일식이 지나는 완전한 가운데 마을까지 가볼까 하다가, 사람이 너무 몰릴 것 같기도 하고 식사할 때도 마땅치 않아서 그 근처의 핀들레이 (Findlay)라는 작은 소도시에 들렀다. 일단 점심을 먹고 더 내려가던지 여기서 보던지 결정하기로 하고 시내를 걸으며 구경했다. 

 

이런 작은 마을 중심지들은 옛날 건물들을 간직한 곳이 많아서 좋다. 옛날 아트데코 느낌이나 오래된 벽돌 건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 안부수고 있던 건물을 수리해서 역사가 느껴지는 건물들을 보면 한국도 옛 건물들을 더 많이 남겨뒀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핀들레이 다운타운에서 먹은 루벤 샌드위치바베큐 치킨 버거. 맛있었다.

 

 생각보다 꽤 컸던 다운타운을 돌아다니면서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이리쉬 펍으로 갔다. 이름은 Logan's Irish Pub. 남편은 클래식 루벤을 나는 제이머슨 바베큐 치킨 버거를 시켰다. 가게에서 직접 튀긴 감자튀김이 진짜 맛있었다.

 

 사실 루벤은 북미 샌드위치인데 왜 아이리쉬 펍에 있나 싶기도 했지만, 미국은 워낙 이것저것 다양하게 파는 집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고기가 촉촉해서 나름 맛있었다. 내 버거는 딱히 Jameson 위스키 맛이 나지는 않았지만 바비큐 소스와 양파 튀김이 어우러져서 짭짜름하고 고소하니 맛있었다. 

 

핀들레이 다운타운을 지나는 블랜차드 강.
핀들레이를 가로지르는 블랜차드 강.

 

 점심을 먹으면서 내려갈까 말까 상의를 했다. 일단 이 마을에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조금 걸었더니 강 옆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작은 공원까지 있기에 거기서 보기로 결정했다. Civitan Park라는 곳인데 공원보다는 공터에 가까운 곳이기는 했다. 예전에는 작은 놀이터 시설이 있었던 모양이던데 철거되고 공원을 바로 끼고 집도 있었던 모양이던데 어쩐지 집 마저 철거되어 있었다. 잔디와 피크닉 테이블 몇 개, 작은 농구 코트정도만 남아있어서 어쩐지 황량한 곳이었다.

 

휴대폰으로 찍은 해 사진

 

 그래도 강을 끼고 하늘이 트여 있어서 일식을 보기에는 아주 좋았다. 우리가 일찍 자리를 잡은 덕에 테이블에 앉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웃기게도 이렇게 미리 계획을 했었는데, 야외용 의자를 들고 가는 걸 깜빡했었기 때문이다. 이 공원을 발견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시작된 개기일식중간쯤 가려진 달에 가려진 해.많이 가려져 마치 초승달 같은 해.
내 휴대폰으로 찍은 개기 일식 과정

 

 일식은 1시 훨씬 넘어서 시작되었는데 완전히 가려지기 한 2시간 정도는 기다렸던 것 같다. 개기일식용 안경을 넉넉히 여섯개나 사 와서 하나는 분리해서 휴대폰 카메라를 가리는 용도로도 썼다. 안 가려도 찍을 수는 있는데 빛이 너무 번져서 예쁘게 안 나오기도 하고, 혹시나 카메라가 상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안경하나를 희생하였다. 

 

 내가 쓰는 폰은 삼성 울트라 S23로 렌즈를 필름으로 막은 상태에서 줌을 크게 당겼더니 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릴 때는 휴대폰도 디지털 카메라도 없었는데 진짜 돌이켜보면 과학기술이 엄청 발전했다 싶다. 

 

내 휴대폰으로 찍은 개기일식 사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기일식의 순간. 내가 관측한 곳은 약 2~3분 정도 완전 일식이 이루어졌다. 이때는 안경을 끼니 오히려 안 보여서 맨눈으로 그냥 보았다. 해가 점점 가려지면서 어두워지고 쌀쌀해지는 느낌과 완전히 가려졌을 때의 그 순간은 정말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느낌인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왜 신의 분노라고 부르며 통치자 탓을 했을지 알 수 있달까... 그저 천문 현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보는데도 그 순간에는 참 경이롭고 멋지다. 

 

개기일식 중 마치 저녁 같았던 풍경.
저녁 사진이 아닙니다.

 

저녁이 오지 않은 한낮임에도 마치 저녁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순간. 아! 잘 보면 태양 근처에 잘 보면 다른 행성도 볼 수 있다. 이번 개기일식 동안 태양 근처에서 금성과 목성에 혜성까지 관찰될 거라고 들었는데 내 사진에 찍힌 저건 뭔지 잘 모르겠다. 태양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주변을 여유롭게 못 둘러보았다.

 

 2017년에 이어 두번째로 보는 개기일식이었는데도 너무 신기하고 멋졌다. 찾아봤더니 미국의 다음 개기일식은 2044년, 대한민국에서 관측될 가장 가까운 개기일식은 2035년이라고 한다. 또 2187년이 되면 대한민국 국토를 대각선으로 완전히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있다고 한다. 2187년까지야 당연히 못살겠지만 2035년까지는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문득 또 이렇게 거대한 자연현상 앞에 인간은 정말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임이 마냥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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